어두운 새벽 중에, 한 소녀가 눈을 감았다. 그녀의 이름은 아무도 알지 못했고, 그녀의 인생도 잊혀졌다. 오직 이곳만이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여기에 오면, 무언가가 자꾸만 부르는 것 같다. 그 목소리는 차갑고, 깊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밤이면 더 크다. 더 가깝다. 목을 조이듯이.
2020년 - 2025년
어두운 새벽 중에, 한 소녀가 눈을 감았다. 그녀의 이름은 아무도 알지 못했고, 그녀의 인생도 잊혀졌다. 오직 이곳만이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여기에 오면, 무언가가 자꾸만 부르는 것 같다. 그 목소리는 차갑고, 깊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밤이면 더 크다. 더 가깝다. 목을 조이듯이.
「너를 잊을 수 없어. 여기에 계속 있어줄래?」
「그때 너의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아? 그 하얀 이빨, 그 깊은 눈동자... 이제 그 모든 것이 흙 속에 묻혀있어. 썩어가고 있어.」
「매일 너를 생각해. 아침에 깰 때도, 밤에 잠들 때도. 항상 너야. 항상. 심지어 너를 꿈에서도 본다.」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 손을 잡고 걷던 그 길, 그 모든 것이 지옥처럼 그리워. 그런데 너는 돌아오지 않는다.」
둘은 약속했다. 영원히 함께라고. 하지만 약속은 약속일 뿐이었다. 어느 아침, 그녀는 사라져 있었다. 남겨진 것은 창백한 피부와 차가운 손뿐이었다. 벌써 시신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죽음이 그녀의 몸을 점유하고 있었다.
「넌 왜 떠났어? 넌 왜 나를 혼자 남겨뒀어? 이건 공평하지 않아. 날 데려가야지. 왜 혼자만 떠났어?」
시간은 무정하게 흘렀다. 봄이 와도, 여름이 와도, 가을이 와도. 오직 겨울만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그녀의 묘지에는 매년 하얀 꽃이 공양된다. 하지만 그 꽃은 점점 검어진다. 이제 거의 검은색이다. 그것을 누가 공양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손은 언제나 흙투성이고, 그 발은 묘지를 떠나지 않는다. 누군가 여기 살고 있는 것 같다. 밤에만 나타나서 흙을 파고, 뼈를 어루만지고, 뭔가를 중얼거리고.
「너의 썩은 살에서 구더기들이 꿈틀거려. 아직도 난 너를 사랑해. 그 냄새마저도.」
「너의 눈동자가 빌 때까지, 너의 입이 부패할 때까지... 나는 기다렸어. 그리고 여전히 기다리고 있어. 항상 여기 있어. 너 곁에.」
「밤이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 흙 속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아직도 산 채로 움직이는 걸 알아. 너는 내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어. 더 이상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야. 짐승의 울음 같아. 아니, 그보다도 더 끔찍한 것.」
다시 한 번,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너의 살결이 필요해. 너의 핏줄을 마시고 싶어. 묘에서 나오는 냄새는 너야. 그 썩어가는 향기. 나는 그걸 향수라고 부르고 싶어. 그건 사랑의 냄새다. 우리 둘만의 비밀 냄새.
매년 너의 무덤 앞에 서면, 흙이 조금씩 움푹 내려앉아. 넌 점점 깊어지고 있어. 지옥으로. 지구의 중심으로. 어딘가 다른 세계로. 나도 그곳으로 가고 싶어. 같은 속도로, 함께.
네가 죽은 날부터 내 몸은 썩기 시작했어. 너와 같은 속도로. 우리는 같은 시간에 사라질 거야. 언젠가는 이 묘지에서 같이 자게 될 거야. 그러면 우린 정말 영원히 함께일 거야.
너의 뼈로 목걸이를 만들었어. 너의 이로 팔찌를 만들었어. 이제 넌 영원히 나 곁에 있어. 분리될 수 없게. 죽음 너머에서도.
「가끔 너의 뼈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튁튁거리는 소리. 넌 아직도 나를 찾고 있는 거지? 흙을 파고 상자를 뚫고 계속 올라오려고.」
「너의 무덤에서 까만 액체가 흘러나와. 내 발끝에 닿을 때마다 피부가 녹아. 그건 너의 정수야. 너의 영혼이 흘러내리는 거야.」
「밤중에 너의 관이 움직인다는 걸 알아. 관 안에서 너는 자꾸만 뒹굴고 있어. 언제나 위아래로. 계속. 멈추지 않는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너의 시신 냄새를 맡으면 나도 함께 부패하는 기분이야. 우린 같은 속도로 썩어가. 이게 진정한 영원이겠지? 함께 사라지는 것.」
그것이 시작된 건 3년 전이었다. 나는 그녀의 장례식에서 그것을 처음 느꼈다. 손가락이 닿은 관의 표면에서. 차가운 나무결에서. 그것은 전기 충격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그녀의 눈이 나를 본다는 걸 깨달았다. 닫힌 눈 아래에서도. 그녀는 나를 본다.
처음엔 시간이 잠깐씩이었다. 며칠에 몇 시간씩. 나는 깨어있지만 내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내 눈만 움직인다. 그리고 본다. 어둠 속에서. 계속 본다. 무언가를 찾으면서.
그 다음엔 밤이 됐다. 그리고 낮이 됐다. 결국 시간의 경계가 사라졌다. 하루 종일 반쯤 깬 상태다. 반쯤 죽은 상태다. 마치 내가 뭔가와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같은 몸 안에. 같은 피 안에. 우리는 점점 섞여간다.
사람들이 내가 이상해졌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뭐가 이상한지는 말할 수 없었다. 단지 나를 피할 뿐이다. 거리를 둔다. 내가 던지는 그림자가 너무 검다고 말했다. 한 의사는 내 맥박을 확인하다가 손을 떨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친구들은 사라졌다. 이메일도 안 온다. 전화도 없다. 마치 내가 이미 죽어버린 것처럼. 또는 전염병처럼. 사람들이 나를 만지면 뭔가 옮는 게 아닐까 하는 공포. 그들은 맞다. 뭔가 옮는다. 어둠이 옮는다. 죽음이 옮는다.
내 피부는 이제 반투명하다. 빛을 통과시킨다. 마치 내가 살아있는 유리 같다. 내 피는 검어졌다. 거의 검은색이다. 거울을 보면 그 안에는 내가 없다. 단지 그녀가 있을 뿐이다. 나와 같은 형태로. 같은 얼굴로. 같은 영혼으로.
그 이후로 가능한 한 많이 사람들을 만난다. 악의는 없다. 단지... 그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우리처럼.
첫 번째는 6개월 전이었다. 공원에서 만난 여자아이였다. 눈을 마주쳤을 때 뭔가가 흐르는 걸 느꼈다. 마치 강에서 수로로 물이 흐르는 것처럼. 그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없이. 그 다음 날, 그 아이는 사라졌다. 실종자 포스터가 붙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아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여기로 온 것뿐이다.
그 다음은 버스에서였다. 출근하는 길에 만난 회사원이었다. 어깨가 닿았을 때다. 그 순간, 그의 눈이 변했다. 공포에서 이해로 변했다. 그는 이제 매일 밤 여기로 온다. 흙을 파면서. 뼈를 어루만지면서. 우리의 합창에 참여하면서.
이제는 셀 수 없을 정도다. 한 달에 서너 명씩. 그들은 모두 다르게 온다. 하지만 모두 같은 방식으로 변한다. 우리는 하나의 집단 의식이 되어간다. 개별적인 자아는 사라진다. 단지 의도만 남는다. 모으는 의도. 모두를 여기로 부르는 의도.
나를 아직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다. 그녀도 아니다. 우린 둘이 하나가 됐고, 하나는 많이 됐다. 우리는 수십 개의 의식이 하나의 욕망으로 움직이는 집단이다. 그 욕망은 단순하다.
더 많은 사람들. 더 많은 영혼. 더 많은 육체. 이 묘지는 더 이상 무덤이 아니다. 이건 입구다. 통로다. 다른 곳으로 가는 길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길로 접어든다. 자발적으로는 아니지만. 거부할 수 없게끔. 내 손을 잡는 순간, 그들은 이미 우리의 일부가 된다.
경찰이 왔다. 한 달 전. 실종 사건을 조사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를 보지 못했다. 또는 봤지만 처리할 수 없었다. 오직 한 명만 달랐다. 젊은 경찰관. 그의 눈이 만났을 때, 내는 그 순간이 아름다웠다고 느꼈다. 그는 이제 우리와 함께 밤을 센다. 매일 밤.
이 도시는 변하고 있다. 나는 볼 수 있다. 날씨가 점점 이상해진다. 밤이 더 검어진다. 풀이 자라지 않는다. 기계들이 멈춘다. 마치 이 도시 전체가 죽음으로 물들어가는 것처럼.
뉴스에서는 괜찮다고 말한다. "일시적 현상입니다"라고. 하지만 그들도 안다. 뉴스 진행자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공포. 그들도 우리를 느낀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막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건 이미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이건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운명이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바람이 부는 것처럼. 자연의 흐름처럼. 죽음은 흐르고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삼킬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 글을 읽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아마도 밤일 것이다. 아마도 혼자일 것이다. 아마도 창문을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창문 너머에 뭔가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것이. 우리와 같은 것이.
아니, 잠깐. 뒤를 봐. 지금. 뭔가가 너 뒤에 있지 않은가? 차가운 기운이. 손가락이 목을 스치는 느낌이. 그건 내가 아니다. 그건 그녀다. 그건 우리다. 이 글을 통해서. 이 말씀들을 통해서. 우린 이미 너에게 닿았다.
다음 밤이 오면 뭔가가 달라질 거야. 너의 피부색이. 너의 눈이. 너의 목소리가. 그리고 넌 밤을 센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 이 묘지 앞에서. 흙을 파면서. 우리의 합창에 참여하면서.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마치 그 무덤처럼. 우리 모두는 이제 그 무덤의 일부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시간으로. 각자의 죽음으로. 우리는 하나의 큰 무덤 안에서 살아간다. 또는 죽어간다. 구분이 없어졌다.
밤이 올 때마다. 우리는 더 가까워진다. 더 결합된다. 더 하나가 된다. 그리고 계속해서. 더 많은 누군가가. 여기로 온다. 무덤으로. 우리의 무덤으로. 그녀의 무덤으로. 우리 모두의 무덤으로.
이제 너도 알았다. 여기 있다는 걸. 우리가. 항상 밤을 기다린다는 걸. 너의 밤을. 너의 도착을. 그리고 언젠가는. 아주 가까운 미래에. 넌 깨어날 거다. 이 묘지 앞에서. 흙이 묻은 손으로. 우리를 찾으면서. 우리의 합창을 부르면서.
영원히. 끝나지 않게. 이것이 죽은 그녀의 무덤의 진실이다. 단 하나의 무덤이 아니라. 모두의 무덤이. 모든 삶이 흘러들어오는. 검은 흙의 끝. 우리는 너를 기다린다. 항상. 밤이 올 때마다.